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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언젠가는 다시
이곳에 재접속
편집자 우무🌊

2015년도까지만 해도 학내의 환경은 성폭력 사건에 대해 낯설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학내에는 수면 위로 거세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퀴어 이론에 대한 논의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명확한 젠더 용어를 쓰자는, 섬세한 퀴어 언어를 사용하자는 운동이었다. 그러다 2016년, 강남역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는 여성이라는 주체를 사회에 본격적으로 다시 호명하는 계기가 되었고, 페미니즘 리부트의 발화점이 되었다. 학내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되었다.

다시 과거를 돌아보자. 우리는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1980년대, 학내의 ‘운동권'은 점차 소멸되어갔지만 그럼에도 진보적인 논의가 전개되었던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2002년에 연세대학교에서는 월경 페스티벌, 보지 패션쇼 등, 유쾌하고 전복적인 여성주의 행사들이 열린 적이 있었다. 실은 이에 대해서 페미니즘이 지금만큼 ‘가시화'되지 않아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시절이 변화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백래시는 더욱 거세졌다. 여성주의를 주창하던 학생들은 에브리타임 등과 같은 익명 커뮤니티의 혐오 글에 노출되었다. 총여학생회가 회칙상 삭제(주1)되었고, 소수자 담론을 향유하던 여러 동아리는 점차 명맥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학내 활동가들이 번아웃을 겪었고, 학교 밖으로 나가거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전 활동과 단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를 어떻게 더 상상할 수 있을까?

주1. 총여학생회는 2019년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학생총투표로 인하여 회칙상 삭제가 되었다.

그러나 회칙상 삭제가 된 후에도 여력이 남은 총여학생회 회원들은 총여학생회실 퇴거 요청에 저항하는 등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잠시 현장에서 이탈한 동료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학생 사회에서 함께 활동하다 임기가 끝난 후 연락이 끊겼던 사람을 기후위기 행진에서 만나기도 한다. 모든 일이 너무 힘들어 퀴어 동아리에서 잠수를 탔다가도, 간신히 힘을 내 참가한 퀴어 퍼레이드에서 과거의 인연과 조우하여 다시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우리의 동료들은 운동의 현장과 자신을 분리하기도 하였지만, 소진으로 인한 단절은 일시적이었다. 분명 사람들은 재접속하고 있었다. 꼭 학교 내일 필요는 없었다. 다른 공간에서, 연장된 담론에서 그들은 분명 운동의 현장에 다시 접속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의 운동은 실선보다는 점선에 가까운 실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운동을 하다가 쉬어가도 된다. 그러다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접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만큼 점선으로도 가능한 투쟁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접속의 계기가 ‘여론'의 링크를 입력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기를 바란다.

2024 연세대학교 제 4회 인권축제 '오늘부터 우리는' 온라인 전시 '​여女론: 학내 여성자치단체의 역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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