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을 생협답게!
편집자 야자수🌴
생활정치의 장,
연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의 탄생
모두에게 가장 친숙한 곳이지만, 정작 왜 생겨났는지, 왜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곳.
바로 연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와 생협학생위원회(이하 생학위)이다. 연세 쇼핑몰이 아니다. 연세대학교 생협은 1994년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협동조합으로 그 시작은 학생 직영 자판기였다. 현재는 학내 편의점과 식당, 서점, 카페를 운영 중이다. 단순히 교외기관을 입점하는 것이 아닌, 조합원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및 공급을 진행하고, 수익에 대한 이윤을 남기지 않고 학생복지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비영리기관이다. 조합원은 출자금만 납부하면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익을 다시 공평하게 학생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민주적, 자주적 운영이 필수였다(주1).
생활협동조합은 조직운영뿐만 아니라 구매⋅공급에 있어서도 윤리적 가치를 두었다. 1980년도 중반, 협동조합 운동은 새로운 생명가치를 중심에 둔 농민운동과 연대해 친환경 농산물의 도농 직거래 사업을 시작했다(주2). 이는 우리 앞에 놓인 음식과 물건을 일회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소비과정에 관여하는 여러 행위자들과 평등하고 행복한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을 뜻한다. 자본에 의해 착취되고 억압되어 왔지만 ‘가격’이라는 포장에 의해 가려져 왔던 무수한 관계들, 자연과의 관계, 생산자와의 관계, 생협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의 관계를 말이다. 생협학생위원회는 학생 자신들이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들이는 음식부터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다분히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생협의 정치적인 태도에 대해 학생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자, 2017년도 생협학생위원장은 연세두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드러냈다(주3).
주2) 생협학교에서 사용된 세미나<대학생협소개> 자료
연세두리 학생복지위원회에 대한 어떤 비판이 있었나요?
심산하(생협학생위원장/PSIR·14) 생활협동조합이 생협 정신에 따라서 만들어진 게 학생복지위원회였어요. 그 당시에는 학생복지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높았지만 이후 합의가 낮아지면서 ‘학생복지위원회가 복지를 담당해야지, 왜 정치적인 행동들을 하는가?’에 대한 비판이 있었어요. 그런 비판들이 어느 정도 ‘학생복지위원회’라는 협소한 이름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고민이 있어서 이름을 변경했어요. 명칭 변경에서 드러나듯이 생협학생위원회는 단순히 복지제공 단위를 넘어서 학내에서 생협이 왜 만들어졌는지, 생협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고민이 녹아있어요.
이에 관해 연세두리는 ‘생협’에 관심을 갖지 않는 학생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생협과 생학위에 대해 학생사회 내의 합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대의원, 즉 생협 구조 자체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는 허울뿐인 대의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협을 ‘생협’답게 만들기 위한
학내 자치단체들의 행보
그렇다면 생학위가 일상 속에서 어떤 행보를 보였기에 ‘정치적’이라고 느꼈을까.
2008년 금융위기와 더불어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와 같은 식량⋅생태위기 의식이 사회 전반 그리고 학생사회에 불거졌다. 이듬해부터 총여학생회, 단과대 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일상 속 소비가 얼마나 정치적인지 접할 수 있게 에코페미니즘에 기반해 다양한 행사와 정책을 꾸려나갔다.
🌱 2009년 제21대 총여학생회 <일상,울림> 주최의 대동제 장터 <로컬푸드 공동구매>: 익명성과 편의성에 기반한 먹을거리가 아닌, 가까운 곳에서 수확된 농산물을 판매하여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는 로컬푸드 공동구매 장터다.
🌱 2009년 제21대 총여학생회 <일상,울림> 주최의 대동제 일일카페 <녹색성장이 싫어서 슈렉의 늪을 지키는 카페> : 어디에나 붙는 ‘녹색성장’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환경친화적인 학생자치 활동을 위해 노력했던 일일 카페다.
사진1. 일일 카페<녹색성장이 싫어서, 슈렉의 늪을 지키는 카페> 포스터. 사진2.일일 카페<녹색성장이 싫어서, 슈렉의 늪을 지키는 카페> 현장 사진,
출처:제22대 총여학생회 <speak-out> 에코페미니즘팀, <생태 장터로 초대하는 우리의 손짓> 2010생태장터백서(주4)
🌱 2009 제46대 문과대 학생회 선본 <Step-up> 공약 ‘문과대 생태농장 프로젝트’: 문과대 주변의 버려진 땅에 농작물 기르기 프로젝트. 안전한 먹거리와 안정적인 식량자급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학생과 청소⋅경비 노동자와 함께 가꾸며 생활 연대를 이룬다. 수확한 농작물은 문우제에서 판매한다.
또한, 생협학생위원회(과거 명칭은 ‘학생복지위원회’였다)는 학생들의 관심과 주체적인 참여가 없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직개혁을 하고자 총학생회, 총여학생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했다.
🌱 2009년 단체 ‘생협을 생협답게 만들기’(쌩쌩) 활성화: 본래는 2007년 ‘생태적 생협을 만드는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되었으나 이후 ‘생협을 생협답게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단과대 오티, 중운위, 확운위같은 곳에서 생협 세미나를 진행하여 학생 조합원으로서의 역할과 권리를 알렸다. 생협에 관심없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장으로서 역할을 하였다. 또한 생협 대의원 대상으로 생협의 참여기회 확대와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실천을 제안했다(주5).
🌱 2009년 21대 총여학생회 <일상,울림>의 후년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선본에게 공동 공약 제안서 발송: 현 생협은 조합원의 권리와 발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수익성만 내세우는 비민주적인 조직이 되었음을 비판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조합원인지도 모르는 상태라 그저 ‘소비자’로서 주어진 물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위치로 전락했음을 문제제기 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후년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선본에게 1)생협 내 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 설립 2) 학생회 산하에 생협국 설치 3) OT및 새터에서의 생협 대의원 교육 의무화 4)총학생회 주관해 한학기 1회 이상 학부생 대의원 회의 주재와 같은 공동공약을 제정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사진3. 21대 총여학생회의 ‘제47대 총학생회 및 제 22대 총여학생회 선거운동본부에 공동공약을 제안합니다’
🌱 2010년 대의원 총회에서 ‘학부생 대의원 제안서’ 제출: 2009년도 ‘쌩쌩’이 학생단위로 참여했던 것에서 이어진 형태로, 총학 생협국⋅학생복지위원회⋅총여학생회가 학생 단위로 참여해 공식적인 학생회 단위에서 제출한 첫 제안서다. 슬기샘 개선에 조합원 참여, 생협 학교 운영을 통한 조합원 교육 강화를 요구했다(주6).
생협을 생협답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처음부터 ‘총’ 단위의 학생회가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쌩쌩’과 21대 총여학생회 <일상, 울림>은 꾸준히 학생들과 총 단위의 학생회에 문을 두드렸고, 덕분에 조합원 대의원 총회에서 ‘공식적인 학생회 단위’로서 학부생 대의원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이로써 학생조합원들은 생산-가공-판매 과정에서 기업에 의한 부당한 이윤 착취가 없고 환경에 도움이 되도록,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민주적으로 ‘소비’하는 경험을 학교라는 공간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