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부대로 떠난
총여학생회
편집자 야자수🌴
기지촌 활동에서는 무엇을 하나요?
기지촌에 대한 간단한 설명 먼저 해야겠다. 기지촌이란 주한미군 기지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활권으로, 영어 간판으로 된 세탁소, 옷 가게, 음식점뿐만 아니라 클럽도 볼 수 있다. 이태원, 동두천, 파주, 의정부, 군산, 대구 등을 위주로 형성되었다. 기지촌에는 미군들을 대상으로 성매매업을 하는 여성들이 밀도 높게 모였다.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 제정으로 성매매는 불법이 되었지만, 기지촌 반경 2km는 예외였다(주1). 또한, 성병 관리소를 국가에서 관리할 만큼 미군 상대 성매매 산업이 국가 주도적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미군 철수 이후에도 성병, 혼혈아, 자활이 어려운 여성들과 열악한 상황의 육아 등의 문제를 껴안은 채로 성매매 여성들이 기지촌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기지촌 활동(이하 기활)은 대학생들이 기지촌을 방문하여 기지촌 여성 단체의 활동 프로그램에 함께하는 학생 연대 사업이다. 두레방과 새움터는 기지촌 여성들의 자활 상담과 법적 지원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로, 매춘을 그만두고 다른 노동을 통해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주로 제빵 기술 배우기, 직업 전문 상담소, 영어교실, 한국어 교실 등을 운영한다. 1992년부터 서울 소재 대학의 총여학생회들이 연합하여 만든 서울지역 여대생 대표자 협의회(이하 서여대협)이 진행했다. 또한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자체적으로도 2000~2004년에 기활을 펼쳐나갔다. 기활을 가기 전에는 ‘교양학교’라는 세미나를 진행해 기지촌의 역사와 기지촌 여성들의 삶에 대해 미리 공부한다. 아래의 사진은 기활 일정표(사진1)과 기활 교양학교 자료집(사진2)이다.
사진1. 의정부,동두천 두레방 기활 일정표(왼쪽)
출처: 제2기 서여대협 기지촌 활동 자료집 6쪽 , 서울지역 여대생 대표자 협의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아카이브 여기모아>
사진2. 2000 연세 여름 기지촌 활동 교양학교 일정표(오른쪽)
출처: 연세 여름 기지촌 활동 교양학교 자료집, 기획단.<서울시여성가족재단 아카이브 여기모아>
반미운동에 가려진 여성들의 삶
기지촌 여성의 역사에 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다. 일명, ‘윤금이 피살 사건’(주2). 1992년 동두천 기지촌에서 미군 케네스 마클에게 성매매 여성 윤금이는 잔혹하게 살해되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미군 범죄에 대한 반감이 형성되었고, 이는 곧 반미운동과 민족주의 감정으로 치환되곤 했다.
주2) 피해자의 이름으로 사건을 명명하고 재생산하는 것이 껄끄럽긴 하지만, 독자들이 원활히 인터넷검색하기를 바라며.
하지만 기지촌 여성 활동가들은 이 운동을 “‘반미운동’이 아닌 ‘매춘운동’”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주3). 아래는 2000년도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주관으로 진행된 여름 기활 교양학교 자료집 기획 글이다. 이는 기활에 참여한 학생들이 어떤 관점을 공유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주4).
주3)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2023),정희진, 교양인, 302쪽.
우리가 가려는 기지촌은 보통 생각하는 매매춘이라 할 수 있는 3차산업 매매춘에 비해서 그나마 사회적인 관심도 있고 운동도 진행된 곳입니다. 이는 기지촌여성 사망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지촌 사망사건이 미군범죄로 인식되면서 민족주의운동의 표상이 되었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큰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기지촌 여성이 주변화되고 대상화된 채 반미운동의 도구로 사고된 것입니다. 평소에 주목받지 못하던 기지촌 여성은 사망하고 나서 ‘민족의 순결한 딸’,’미국놈들에게 빼앗긴 우리의 누이’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를 두고 어느 글에서는 기지촌 여성의 인권을 ‘죽어야만 사는 여성들의 인권’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여성은 또다시 민족의 자존심, 보호해야 할 정조,남성의 재산으로 사고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는 매춘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간, 일상적으로 겪는 가부장적인 억압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2000 여름 기지촌 활동 교양학교를 준비하며
‘반미운동’이 아니라 ‘매춘운동’으로 봐야 한다는 말의 맥락은 미국이 이 땅에서 나간다고 할 지라도,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 착취 구조가 여전할 것이라는 거다. 전후 미군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사업 물결 속에서 기지촌 여성들은 주목받지 못한, 심지어는 ‘양공주’라는 멸칭으로 불리우며 사회적 낙인을 받아왔던 존재로서 지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당시 지식인들의 ‘진보’운동 중 하나였던 반미운동 물결 속에서 여성들의 존재는 지워졌다. 이 지점을 여성주의 관점으로 성찰해야지만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끝)